Note and Short Communication
  • 2023 FIP STATEMENT OF POLICY The role of pharmacists in disaster and emergency management
  • Yeongin Seo, Dabin Im, Sang Hoon Joo*

  • College of Pharmacy, Daegu Catholic University, Gyeongsan 38430, Koreaa

  • 2023 세계약사연맹 정책 성명서: 재난 및 비상사태 관리에서 약사의 역할
  • 서영인, 임다빈, 주상훈*

  • 대구가톨릭대학교 약학대학

  • This article is an open 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4.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Abstract

This paper provides a Korean translation and analysis of the 2023 policy statement by the International Pharmaceutical Federation (FIP), titled “The Role of Pharmacists in Disaster and Emergency Management,” released on September 23, 2023. Building on its 2017 predecessor, the statement outlines specific roles of pharmacists during disasters and emergencies and provides guidance tailored to governments, pharmacy associations, educational institutions, and individual pharmacists. This paper compares global frameworks from the U.S. and Europe with the Korean system, highlighting the need for pharmacist involvement not only in preparedness and response but also in long-term recovery. Topics covered include pharmacist training, community-based services, pharmaceutical supply chain resilience, and responsible medicine donations. The study calls for a reevaluation of pharmacists’ roles in public health emergencies and underscores the importance of integrating these roles into national policy.


Keywords: International pharmaceutical federation (FIP), Disaster management, Emergency response, Pharmacist role, Policy statement

연구배경

재난(災難)은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그 발생 시기와 상황변화를 예측하기 힘들어 큰 피해를 야기하기 때문에 신속한 대응이 중요하다. 재난은 홍수, 산불, 지진 등 자연재난과 인위적 재난을 포괄하며, 최근 지구온난화에 의한 이상기후와 미흡한 노동환경 및 정책으로 인하여 그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2025년 캘리포니아 산불, 2023년 2월 튀르키예와 시리아의 대지진, 그리고 방글라데시의 공장붕괴 사고 등은 자연적・인위적 재난이 전세계적으로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러한 사례들은 재난 대응 및 예방의 중요성을 부각시킨다. EM-DAT(국제재난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1980년대 이후 전세계 자연재난 발생 건수는 꾸준히 증가해왔으며 기후 관련 재난이 전체 자연재난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1) IPCC 제6차 평가보고서에서는 지구온난화로 이러한 자연재난의 발생빈도와 강도가 증가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는 심화될 것으로 예측한다.2)
이러한 배경으로, 지난 2023년 9월 23일 세계약사연맹(International Pharmaceutical Federation, 이하 FIP)은 2017년에 채택된 정책 성명서 ‘FIP Statement of Policy on the Role of the pharmacist in disaster management’를 계승하는 새로운 정책 성명서를 발표했다. FIP는 성명서를 통해 ‘비상 사태(emergency)’를 명확히 정의하고, 재난 및 비상 사태 계획 및 대비에서의 약사의 역할과 구체적인 계획과 활동을 제시하였다. 나아가, FIP는 <정부 및 정책권자>, , <약학교육기관>, <개별 약사> 네 주체에게 재난과 비상사태에서 취해야 할 행동을 권고하며, 마지막으로 FIP가 앞으로 행할 계획 및 대응을 다짐했다.
본 연구는 성명서의 번역문과 더불어, 미국과 유럽의 재난상황을 대비한 체계(Protocol) 및 프로그램을 한국의 것과 비교하였다. 특히 응급 상황에서 약사의 역할의 구체적인 정도와 실제 현장에서의 적용 여부를 중심으로 고찰하였다.

성명서 배경 및 서문

전 세계적으로 재난의 발생 빈도와 규모는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대처하는 것은 지난 몇 십 년간 중요한 의제로 취급되어 왔다. 이미 FIP는 재난관리 시스템에서 약사의 역할에 대해, 2006년 전문적 규범(professional standards)에 관한 선언 및 2017년 정책 성명서를 채택하고, “Responding to disasters: Guidelines for pharmacy”(2016년)를 발간한 바 있으며, 최근에 2022년 “재난 및 비상사태에서의 약사의 역할(The role of pharmacists in disaster and emergency management)”에 대해 성명서를 새롭게 발표하였다. 성명서에따르면,유엔재난위험경감사무국(UnitedNations Office for Disaster Risk Reduction, UNDRR)은 “노출, 취약성, 수용능력 등의 조건들과 상호작용하여 공동체 혹은 사회의 기능에 심각한 혼란을 초래하며 인적, 물질적, 경제적, 환경적 손실과 영향을 끼치는 것”이라고 재난을 정의하고 있다. 또, 재난을 자연재난, 인위적 재난, 전염병 발병 세 가지로 분류하면서 재난은 그 복잡성과 특수성에 긴밀한 대응이 필요하기에 맞춤형 방식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즉, FIP는 성명서를 통해 개별 약사와 관련 기관으로 하여금 재난 대응 활동을 촉구한 것이다.
재난 및 비상사태 계획 및 대비에 있어서 약사의 역할
약사는 의약품 전문가로서 재난 및 비상사태에서 국민이 필수의약품과 의료용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의약품 공급 차질의 정도와 그로 인한 영향은 재난의 유형과 규모에 따라 달라질 뿐만 아니라, 재난 관리에서 약사의 역량에 의해서도 좌우된다.3) 따라서, 약사는 재난 및 비상사태에 대비하고 계획을 수립함으로써, 국민이 이러한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신속히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는 단기적인 과정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국민을 교육하여 재난으로부터의 회복능력을 함양하는 것을 포함한다.
계획 및 대비 과정의 일환으로 약사들은 정부, 지방자치단체, 재난 및 비상사태 관리 기관과 재난 및 비상사태 관리계획을 수립하고 유지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예방(완화)-준비-대응 노력을 조정하기 위해 다른 의료서비스 제공자, 보건의료단체, 제약협회 등과 협의한다. 이에 대한 예시로, 2019년 출범한 ‘약업계 의약품 긴급구호 네트워크’를 들 수 있다. 이 네트워크는 대한약사회,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한국의약품유통협회 3개 단체가 구성한 것으로, 정부 기관 및 단체와 협력하여 긴급재난 발생 시 인도적 차원의 구호용 의약품을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4) 이들은 2020년 장마와 폭우로 인한 수해피해 지역에 필수의약품 세트를 전달하고, 지역약사회와 협의를 거쳐 이동형 봉사약국 차량을 활용해 무료투약을 하는 등 신속하고 효율적인 약료지원을 했다.5) 또한 이 네트워크를 근간으로 국회, 정부, 약업계가 함께하는 ‘국가재난시 의약품 지원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재난 구호 등을 위한 의약품 지원 매뉴얼을 개발하고 재난 구호를 위한 의약품 지원 관련 자원공유와 의약품 지원사업 협력 등을 약속하였다.6)
또, 약사들은 잠재적 재난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개선해야 할 분야를 파악하기 위해 다학제적 재난 훈련에 참여해야 한다. 예시로, 한국에서는 2022년 재난응급의료 비상대응 매뉴얼 교육을 실시하였다. 이 교육은 재난의료지원팀(Disaster Medical Assistance Team, DMAT)의 일원으로서 약사의 재난 발생시 약료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한 것으로, 이론교육, 도상훈련, 종합훈련 등을 통해 소방-보건소-의료기관과 협업체계를 강화하였다. 또한 약사는 비상키트 제작, 의약품 안전 보관 등 재난이나 비상사태에 대비하고 계획하는 방법에 대해 대중을 교육하고 안전 프로토콜을 개발해야 한다. 이 밖에도 계획 및 대비 단계에서 약사의 활동은 의약품 조제 및 재고 관리를 위한 프로토콜 개발을 포함한다. 특히 재난 상황에서 가장 대두되는 문제는 의약품 공급 및 조달이다. 약사는 이에 대비해 평소에 필수의약품(항생제, 진통제, 만성질환 치료제 등)을 확보하면 공급망 차질 시 대체의약품을 신속히 제공할 수 있다. 또한 냉장이 필요한 백신과 같은 온열 불안정성 약물의 보관 및 운송 관리가 필요하다.
일상에서 약사는 약국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외에 재난 상황에서의 최초대응이나 우선 처치자 선별, 백신접종, 방역, 투약, 보건위생 교육을 담당할 수 있다. 각 지역에 촘촘히 분포하여 높은 접근성을 가진 지역약국을 중심으로, 약사는 지역사회의 취약환자를 식별하여 우선순위로 지정할 수 있고 더 나아가 맞춤형 현장진료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부적절한 비축을 방지하기 위해 의약품 추적시스템을 개발하고 잘못된 정보 확산을 막아 공황구매(패닉 바잉)를 예방하고 부적절한 의약품 비축을 방지하기 위한 의약품 추적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 덧붙여,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거나 약품명의 직접적인 언급으로 특정 의약품에 대한 과도한 수요가 몰리게끔 하는 것을 지양해야 할 것이다.
재난 및 비상사태 대응에 있어서 약사의 역할
재난 대응에서 약사의 역할은 환자와 주민에게 지속적인 약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약사 역할의 본질은 환자의 요구, 정부지침, 개별약사의 업무범위, 역량 및 전문지식, 그리고 의료시스템 내에서 그들의 위치에 따라 결정된다. 그러므로 다른 의료 전문가, 지역사회 조직, 지방자치단체 및 정부 및 비상대응기관과 의사소통하고 협력하는 일은 필수적이다.
대한약사회에서 제시하는 약사윤리강령에 따르면 약사는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준법정신에 투철하며 국민 보건 향상을 위하여 헌신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보건의료전문가로서 약사는 일반 시민 이상의 윤리적 의무를 지니며, 재난 상황에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제공할 책임을 져야 한다.
2016년에 FIP에서 발표한 Responding to disaster: Guidelines for Pharmacy (재난 대응: 약국 가이드라인) 문서는 약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재난의 잠재적 영향을 평가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에 대한 지침을 제공한다. 더불어 재난의 영향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한다. 유럽병원약사회(European Association of Hospital Pharmacists, 이하 EAHP) 문서인 유럽 응급 의약품 목록(European List of Emergency Medicines, ELEM)은 응급 상황에서 환자에게 효과적인 의료를 제공하기 위한 약사를 지원하는 또 다른 도구이다.

정부 및 정책권자

성명서는 크게 정부 및 정책권자, FIP 회원단체, 약학교육기관, 개별약사 순으로 재난 및 비상사태에서의 각 주체에 따른 요구사항을 제시한다.
제일 먼저 정부 및 정책권자는 ‘비상 사태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춘 약사가 지역과 국가적 관점에서의 영구적인 시민 보호 조직의 일원임’을 확언해야 한다(제1조). 약사는 「약사법」 제2조, 제4조, 제23조 등에 따라 자격을 부여받은 전문 보건의료인이며, 이는 국민 건강 보호와 의약품 안전 사용을 책임지는 시민보호체계의 일원임을 뒷받침한다. 다음으로 의약품 공급이 부족 상황에서도 양질의 의약품과 의료서비스에 안정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지역 및 국가 차원에서 발생 가능성이 높은 위험에 맞춘 재난 및 비상대응 계획을 수립할 것을 요구한다(제2조).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는 ‘인구집단에서 우선순위에 놓여있는 기본적인 보건의료 요구를 충족하는 의약품’을 필수의약품으로 정의하고 목록과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7)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감염병 관리 의약품, 재난대응 의약품, 보건의료 필수 의약품, 응급의료 의약품 등을 포함한 필수의약품 473개 품목(2024년 11월 기준) 지정한다.8) 이것들을 안정적으로 공급관리하기 위해서는 수급을 파악할 수 있는 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모니터링 과정이 필요하다. 필수의약품의 선택, 조달, 유통 그리고 투약까지의 과정이 유기적으로 통합되기 위해서는 약사가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며 이를 위해 정책적인 전략이 필요하다.9,10,11)
<정부 및 정책권자> 제3조에서는 다양한 민간 보호 기관과 재난·비상사태 대응 기관이 약국 부문과 긴밀히 협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특히 공급망 보안 및 무결성 유지와 같은 분야에서 각 유형의 재난 및 비상사태에 따른 상호 관계와 지휘 체계를 명확히 정의할 것을 촉구한다. 제4조는 의약품 공급·유통 및 기부와 관련하여 약국부문의 지역 및 국가 정책과 관리 계획을 수립할 것을 촉구한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운영한 ‘공적마스크제도’는 정부가 감염병 재난위기 상황에서 마스크제조업체와 직접 계약하고 공급망의 무결성을 유지하기 위해 약국을 핵심 유통 거점으로 지정한 정책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시스템을 이용하여 마스크 재고 상황을 관리함으로써 국민들이 안정적으로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어 가격 폭등을 막은 민관협력 모델을 구축한 사례이다.12)

fip 회원단체(각국의 약사회)

성명서는 FIP 회원 단체, 즉 각국의 약사회가 재난 및 비상사태에서 약사의 역할을 돕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가장 먼저 재난 및 비상 관리에서 약사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선언한다(제1조). 2019년에 채택한 대한약사회의 선언문에 명시된 우리나라 약사의 역할과 미국과 호주의 경우를 비교하였을 때 예방, 준비단계에서 백신접종, 프로토콜 개발, 계획 수립 등 유사한 업무범위를 확인했지만, 대응과 회복단계에서 약사의 역할범위가 구체적이지 않아 실제 재난현장에서 유의미한 기여를 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을 것이라 해석된다.13) 한국의 경우 약료서비스 공급상황 파악 및 대처, 방역 및 투약으로 단순히 명시되어 있는 것에 비해, 호주의 경우 필요약물 품목 공급, 만성질환 환자를 위한 물류 조정, 제한의약품 공급, 최대 30일간 일회성 의약품 긴급 제공 등 세부적이고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재난 대응 및 회복 과정에서 약사의 역할을 보다 구체적으로 정립하고 법적 제도적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제2조에서 명시한 것처럼 약사의 재난 및 비상사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경력 전반에 걸쳐 교육 및 역량 강화 계획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한약사회 사이버연수원은 약사의 전문성 강화와 직능 확대를 위해 통해 재난 대응 약사 역할 교육 강좌를 제공한다. 더 나아가 정기적인 교육프로그램과 워크숍을 운영하여 재난 및 비상사태 관리에 대한 약사들의 관심을 제고하고 참여를 촉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제3조, 제5조는 조직체제 하에서 재난 및 비상관리 전략을 개발하고 실행을 지원하여 궁극적으로 재난 및 비상사태에서 약사와 약국이 운영되도록 지원할 것을 권고한다. 대한약사회는 태풍수해지역, 산불피해지역에서 보건당국이 협력하여 이동 봉사약국을 운영하며 긴급구호 의약품을 배포했다. 이는 필수의약품을 무료로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도록 법적 행정적 지원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14)
또한 약사회로 하여금 의약품 기부에 관한 세계보건기구(WHO)및 각국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고 활용하도록 촉진한다(제4조). WHO 의약품 기부 가이드라인에는 수혜국이 필요로 하는 의약품만 기부하고 충분한 사용기한이 남고 정식 허가를 받은 의약품만 전달하도록 하여 불필요한 의약품 제공을 막고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필수의약품 위주로 선별 지원하고자 함을 명시한다.15,16)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KOFIH)은 WHO의 원칙에 따라 개발도상국 및 재난피해지역에 의약품을 기부하고 있다.15) 식약처-보건복지부는 제약업체의 의약품기부행위와 사회봉사단체의 기부의약품 취득, 사용에 대한 관리를 강화함으로써 기부가 적절하게 이루어지는지 모니터링 한다. 유통기한이 중요한 약물이나 상업적 목적의 기부, 불필요한 의약품 등으로 의료시스템 혼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약학교육기관

다음으로 대학을 비롯한 약학교육기관이 재난 및 비상사태 관리를 위해 학생, 교육자, 연구자 등이 수행할 역할을 권고하고 있다. 먼저, 관리자, 교육자 및 연구자가 개인과 기관 차원에서 재난 및 비상 대응 계획을 수립할 것을 요구한다(제1조). 또한 학부 및 대학원 과정에 재난 및 비상 관리 교육을 포함하여, 약사들이 비상사태에서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사전에 교육하고(제2조), 관련 약학연구 수행(제3조)을 요구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약학대학 학생에게 해당 주제를 별도의 교과과정으로 개설하여 교육하지는 않으며 일부 과목의 강의로만 포함하여 진행하는 실정이다. 또 리더, 교육자 및 연구자는 재난 및 비상사태와 관련된 국가, 지역 및 글로벌 전략을 주도하는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다(제4조).
개별약사
<개별 약사>에게 권장하는 목록 제1조부터 제7조는 재난 상황의 대비와 대응에 있어서 개별약사의 역할을 제시한다.
<개별 약사> 제1조는 약사 활동 지역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재난과 비상사태에 대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계획에는 물자 비축, 연락 채널 구축 등이 포함된다. 긴급한 재난이 대규모 발생 시 특정 의약품에 몰리는 수요를 일차적으로 감당하기 위함이다. 일례로, 2022년 코로나19와 독감의 트윈데믹, 백신 접종 등으로 인한 감기약 사용량 폭증으로 인해 아세트아미노펜 제제의 품절 사태가 발생한 사례가 있다.17) 긴급한 재난 상황에 대비하여 필수 의약품의 재고를 관리하고 발생 시 신속히 의약품을 공급받고 유통하기 위한 연락망 구축이 요구되는 것이다.
<개별약사> 제2조, 제3조 그리고 제7조에서는 재난이나 비상사태에서의 약사 스스로의 역할을 인지하고, 다른 의료 제공자와 관련 기관, 지역 사회와 협력하여 재난 및 비상사태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긴밀히 대응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2014년에 발표된 FIP 성명서에 따르면 약사는 “보건의료체계 안에서 할 수 있는 한 양질의 약료서비스가 개인과 지역사회에 제공될 수 있도록 하며, 가용자원에는 한계가 있고, 공평과 정의의 원칙이 고려되어야 함을 인지하고, 동료와 다른 의료인, 고객, 환자, 간병인, 그 밖의 보건의료 전달체계에서 일정한 역할을 수행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협조하고 그들과 협력” 해야 한다고 제창하고 있다.18) 마찬가지로 대한약사회의 약사윤리강령에서도 “약사는 약업의 공익성을 지켜야 하며, 약업의 정상적인 발전을 위하여 상호 협조 질서 확립에 최선을 다하여야 한다”라고 명시된 바, 약사는 재난과 비상사태를 대비한 훈련에 참여하고 사태 발생 시 보건의료 전문가의 역할에 충실히 임할 책임이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 정부는 감염병, 대테러, 자연재해 등 국가 재난 발생 시 신속한 전개와 인력 배치로 현장응급의료시스템을 구축하여 대응체계의 적절성을 향상시키고자 2017년 이동형 병원을 도입하였고, 2018년에는 의약품 관리 및 운영체계 개선 방안 마련을 시작하였다. 재난 대응을 위한 이동형 병원에서 약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재난 대비 의약품 목록 선정이라 볼 수 있지만, 선정 과정에서의 현재 약사의 역할은 의료진이 선정한 1차 리스트의 중재와 검토에 한정되어 있다. 또한 단계별 역할 중 준비와 대응에만 한정되어 있는 상태이며, 이마저도 호주와 미국에 비해 세부 지침 및 프로토콜 구축이 미비한 실정이다. 물론 각 국가별 응급의료 체계와 발생하는 재난의 특성이 달라 대응 원칙과 목적이 다를 수 있겠으나, 구체적이고 표준화된 지침의 마련의 중요성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거쳐 오면서 더욱 그 중요성이 부각되었고, 점점 증가하는 재난의 빈도는 그 시급성을 알리고 있다.19)
<개별 약사> 제4조와 제5조는 응급처치 키트를 개발하고, 특히 대규모 재난이나 비상사태가 발생하기 쉬운 지역을 위한 대피계획과 ‘동면 키트(hibernation kit, 보통 식량, 물, 위생용품 및 통신수단)’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유럽병원약사회(EAHP)는 2020년 발간한 ‘유럽 응급의약품 목록 (ELEM)’에서 병원 약국이 재난 전후 구조 작업을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초석 중 하나임을 언급하면서, 비상사태를 대비한 재난 의약품을 평가하는 템플릿과 재난 발생 시 의약품 재고 관리를 위한 템플릿을 마련했다. 그리고 재난 상황에 처한 환자에게 적절한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의약품 목록을 작성하였다.20) 이 목록에는 의약품뿐만 아니라 재고 관리에 대한 사항도 포함되어 있다. 재난 상황에서 약사의 역할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의약품 공급 관리에 대한 전반도 다루고 있는 것이다. 병원 약국은 지역약국과 비교했을 때 비교적 많은 양의 의약품을 보관, 관리할 수 있으며 응급환자에 대한 대응이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 있음을 감안할 때, 이러한 병원 약국에 대한 관심과 지원, 프로토콜 마련이 중요하다.
<개별 약사> 제6조는 약사로 하여금 재난 및 비상 대비 훈련에 참여하고, 이와 관련하여 지속적인 전문성 개발에 임하고 최신 정보를 입수하여 재난이나 비상사태에서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함을 말한다. 관련 최신 자료와 보건당국이 제시하고 있는 대응방안에 대해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서울대학교병원은 2003년 ‘국가재난 응급의료 교육센터’를 설립하였다. ‘국가재난 응급의료 교육센터’는 미국의사협회 공식 재난 교육 프로그램인 ‘국가 재난 응급의료 전문가National Disaster Life Support(NDLS)’ 교육과정 훈련센터로, 의사와 약사, 간호사, 공중위생전문가, 응급구조사 등 의료전문가를 대상으로 기초 및 심화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 기회 등을 활용하여 예상치 못한 상황에 재난이 발생했을 때 즉시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fip 역할 및 결론

정부 및 정책권자, FIP 회원단체 및 약학 전문 협회, 약학 교육 기관, 개별약사의 역할을 정의한 뒤 마지막으로 FIP는 7개 조항으로 재난 상황에 대비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먼저, 재난 대비 또는 비상사태에서 활동할 때 약사들이 필요로 하는 기술에 대한 개요를 제공하여 약학 협회를 지원하고(제1조) 약사들의 영향력과 성과를 높일 수 있도록 국가보건부(우리나라의 경우 보건복지부)와 관련 이해관계자들과 협력해야 한다(제2조). 그리고 재난 및 비상사태에서의 약사의 구체적인 역할을 세계 전반에 알리고, 전 세계의 약사 동료들이 이러한 인도주의 활동에 참여하도록 독려함(제3조)과 동시에 FIP에 속한 회원조직들 간 상호 협력을 확대하고 재난 구호 분야의 참여 기회와 성공적 사례를 공유함으로써 경험을 기반으로 한 체계적 약료 서비스 마련에 이바지한다(제4조). 또, 인도주의적 환경에서 전문직종 간의 협력활동을 촉진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하고 협력하며 역량 향상에 집중해야 한다(제5조, 제6조). 마지막으로, FIP는 WHO와 공식 관계를 맺은 기구로서, UN의 인도적 지원 계획에 따라 의약품 하위 클러스터 개발을 위해 UN과 협력한다(제7조).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현재의 재난 대비 및 대응 단계는 다른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충분한 수준으로 마련되어 있으나, 회복(recovery) 과정은 미비한 실정이다. 재난 발생 이후 장기적인 의료서비스 복구 및 의약품 공급 정상화 등에 대한 프로토콜이 보다 체계적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타이레놀 품귀현상으로 인해 동일 성분의 대체처방이 이루어졌으나, 이 과정에서 충분한 안내와 홍보가 이루어지지 않아 혼란이 발생한 경우가 있다.21) 향후 비슷한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성분명 처방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여 명확한 지침이 마련되어야 하고, 재난 발생 시 신속한 대처를 위해 의약품 관리 시스템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국제적 차원에서 의약품의 유통망 안정성 강화도 주요 의제가 될 수 있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국제적 분쟁으로 인해 특정 의약품의 수급이 불안정해지는 사례가 발생한 바 있어 의약품 공급망의 취약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재난이 발생하면 국가 간 의약품 수급 불균형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국제적 협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의약품 유통망의 안정성을 확보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약사는 약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환자의 건강을 책임지는 전문가로서 그 역할과 책임에 걸맞은 행동이 기대된다. 갈수록 늘어가는 재난 상황을 대처하기 위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FIP의 성명서는 약사의 전문성 확립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바 그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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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Article

  • 2025;11(1):10-15

    Published on May 31, 2025

  • Received on Mar 7, 2025
  • Revised on May 21, 2025
  • Accepted on May 23, 2025

Correspondence to

  • Sang Hoon Joo
  • College of Pharmacy, Daegu Catholic University, Gyeongsan 38430, Kore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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